수업 끝나면 쌓이는 질문지
사교육 없이 명문고된 비결

공주대학교 사범대학 부설고(이하 공주사대부고)는 국내 유일의 국립 자율학교다. 자율학교는 일반고에 비해 좀 더 자유롭게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학생선발권도 그중 하나다. 신입생의 50%에 해당하는 99명을 전국에서 선발하지만 서울·경기 등 수도권 학생은 절반에 못 미친다. 올해 신입생 기준으로 서울 출신이 12명, 경기 출신이 34명이었다. 일반적인 특목고처럼 뛰어난 학생들이 입학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수능과 대학 진학 결과는 우수하다. 2015학년도 수능 국어·수학·영어 표준점수의 합은 372.7점으로 전국 15위였다. 명덕외고(16위), 청심국제고(22위), 서울과학고(38위) 등 특목고보다 높다. 올해 서울 상위권 대학 진학률도 높다. 서울대 10명, 연세대 19명, 고려대 19명, 서강대 12명, 성균관대 43명, 한양대 36명이 합격했다.
공부 적극성 길러주는 참여형 교육
공주사대부고가 수능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비결 중 하나가 ‘학생 참여형 수업’이다. 대표적인 게 조남순 교무기획부장이 진행하는 ‘오펜스·디펜스 화학수업’이다. 사전에 학생들에게 공부할 범위를 알려준 후, 매 수업마다 무작위로 학생 2~3명을 지명해 발표를 시키는 수업이다. 다른 학생들은 발표자의 설명을 들은 후 이해가 안 가거나 궁금한 내용을 묻는다. 이때 발표자가 제대로 대답을 못하면 수행평가에서 1점 감점을, 질문자가 문제의 핵심을 꿰뚫는 걸 물어보면 1점 가점을 받는다. 발표자는 적어도 5개 이상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학생들끼리 질의응답을 통해 ‘공격(오펜스)’과 ‘방어(디펜스)’를 펼치는 셈이다. 10여 년 전부터 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조 부장은 “쌍방향 수업을 하면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가 높아진다”며 “친구들에게 자극 받아 교과서와 자습서뿐 아니라 인터넷 등을 뒤져 꼼꼼하게 수업 준비를 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3학년 신민경양은 1학년 때 들었던 국어 수업이 아직도 생생하다. 조선 말기의 학자인 추사 김정희의 그림 ‘세한도’와 관련한 작품에 대해 배울 때였다. 시의 종류, 주제, 시대적 배경 등에 대해 일방적으로 배우고 끝났던 중학교 때와 달리 반 친구들 전체와 다양한 얘기를 나눴던 경험이 새로웠다. 한 학생이 ‘그림체가 화려하지 않은 작품인데 왜 유명한지 모르겠다’고 물으면 누군가 ‘당시 그가 처한 시대적 상황에 대해 엿볼 수 있다’는 답변을 했다. 신양은 “똑같은 그림을 보고도 다양한 생각을 펼쳐내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튀어 보인다? 질문이 일상이 된 학교
비결은 또 있다. 바로 ‘질문’이다. 교사와의 질의응답은 수업시간 이후에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교사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오후 6시40분부터 11시10분까지 교실에서 자율학습이 이뤄지는 것은 물론, 주변에 학원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질문은 학생들이 자신이 모르는 게 뭔지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기회가 된다. 중학교 때까지 질문하는 걸 꺼리던 사람도 이곳에서는 ‘질문왕’이 된다. 3학년 고준호군도 그중 하나다. 그는 중학교 때까지는 공부하다 이해 안 가는 내용이 있어도 학교 선생님이나 학원 강사에게 물어본 적이 없었다. 질문하는 건 왠지 튀는 행동인 것 같아 꺼려졌고, 선생님한테 ‘이런 것도 모르느냐’고 핀잔을 들을까 우려도 됐다. ‘나중에 물어봐야겠다’고 마음먹은 적은 있었지만 실제로 행동에 옮긴 일은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질문하는 게 일상적인 풍경이 됐다. 그는 “특히 2학년 때 수학 ‘미적분과 통계기본’을 공부하면서 이해가 안 갔던 부분에 대해 담당 교사가 A4 용지 빽빽하게 증명을 써준 이후로 교사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졌다”며 “수학을 더 열심히 공부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교사 한 명에게 질문하려는 학생들이 여러 명 몰릴 때가 잦았다. A라는 학생의 질문에 답해주는 동안 B는 하릴없이 기다리거나 다시 교실에 갔다 와야 했다. 이 과정이 비효율적이라고 느낀 학교 측에서 고안한 방법이 ‘질문지’다. A4 용지 2분의 1 크기의 질문지는 학급별로 비치돼 있다. 학생들이 공부하다 모르는 내용을 적어 담당교사에게 제출하면, 교사는 학생의 질문에 대해 서면이나 대면으로 답을 해준다. 김동현 공주사대부고 교감은 “국어·영어·수학 같은 주요 과목 담당교사는 한 번에 3~4개의 질문지가 책상 위에 있을 정도로 활용도가 높다”며 “교사들은 좀 더 여유롭게 학생들의 질문에 답할 수 있고, 학생들은 낭비하는 시간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논문 작성 등 인근 대학과 연구 활동
오래전부터 지역 명문고였던 공주사대부고는 원래 수시보다 정시에 강한 학교였다. 눈에 띄는 화려한 특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보다 학생들이 학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도왔다. 대표적인 게 자율학습이다. 학생들은 저녁 시간은 물론, 대부분 특목고에서 자유롭게 운영하는 주말에도 의무적으로 자율학습에 참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만의 학습법을 개발하고, 성적을 향상시킨 학생도 많다. 하지만 학교는 대입제도의 변화에 발맞춰 체질을 바꿔나가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영이 공주사대부고 교장은 “2014학년도 서울대 합격생은 대부분 정시모집이었지만, 2015학년도에는 전체 10명 중 절반이 수시모집으로 합격했다”며 “학교 프로그램이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R&E(Research&Education·소논문)와 창의력경진대회 등이다. 특히 공주대·한국교원대·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의 도움으로 이뤄지는 R&E는 시행 첫해부터 27개 팀이 참여하면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목고 등에 비하면 늦은 출발이지만 R&E는 학생들의 진로를 개발하고 심화학습을 돕는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3학년 김승호군이 물리 R&E에 참여하면서 한 단계 발전한 좋은 예다. 그는 공주대 물리학과 교수와 ‘비정질금속의 자기 임피던스 효과’에 대한 연구를 했고, 이를 통해 배우는 즐거움을 알게 됐다. 처음에는 주제 자체가 막연했지만, 관련 논문을 찾아 읽으면서 연구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이런 경험을 통해 이공계 진학이라는 막연한 꿈을 전기전자공학 분야 연구원으로 구체화했다.
R&E는 자연과학·공학뿐 아니라 인문사회학 분야에서도 이뤄진다. 2학년 도희진양은 올해 1학기 때 한국개발연구원 박사와 함께 ‘중국 자본주의 탐구’에 대해 연구했다.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바탕으로 사회계층이동성을 통해 중국 자본주의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탐구했다. 그는 “학술적인 자료를 토대로 가설을 세우고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학습능력이 향상된 것은 물론 비판적 사고력도 기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숙사서 후배 도와주며 리더십 향상
학교는 다양한 인성 교육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공주 사곡중과 결연해서 진행하는 ‘꿈 자람 학습 멘토링’이나 동아리 ‘한울’의 ‘한부모 가정교육 봉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활동에 참여한 학생들은 “주는 것보다 받는 게 더 많다”고 입을 모은다. 동아리 ‘한울’에서 활동하는 1학년 강희주양은 “저소득층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상처받은 아이들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법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며 “장래 희망대로 교육 분야에 몸담았을 때 이때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한다”고 했다. ‘드림스타트’ 프로그램을 통해 멘토로 활동하는 1학년 김소형양은 “멘티들이 좀 더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며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존감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인성교육은 교내에서도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기숙사 호실장 제도가 대표적이다. 2학년 1명이 호실의 장이 돼 1학년 5명과 한방을 쓰는 제도다. 2학년 선배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후배들을 돌보면서 학교생활에 대한 건 물론 학습, 진로·진학 등에 대한 도움을 준다. 1학년 말에 2학년 때 호실장을 할 사람을 모집하는데 경쟁이 치열하다. 김동현 교감은 “보통 2배수 이상의 학생이 지원한다”고 말했다.
공부할 시간도 부족한 학생들이 누가 봐도 힘든 일에 나서는 건 신입생 때 호실장 선배에게 받았던 호의를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선배에서 후배로 배려와 나눔이 이어지는 셈이다. 3학년 김승호군은 1학년 때 호실장 선배 덕분에 사이가 안 좋았던 친구와 마음을 터놓게 됐고, 막역한 사이로 발전했다. 김군은 “후배들에게 ‘다른 건 틀린 게 아니다’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 호실장으로 1년 동안 후배들과 동고동락했다”며 “리더십을 기르는 것은 물론, 갈등을 조율하는 법을 터득하고 대화의 기술을 익히는 기회도 됐다”고 말했다.
체력과 협동심을 기르는 활동도 있다. 1학년 남학생 기숙사를 중심으로 실시하는 축구경기 ‘울림리그’다. 기숙사 2개 호실이 한 팀이 돼 매주 번갈아 가며 축구경기를 펼친다. 3월부터 11월까지 매주 일요일 오전에는 축구장에서 승부를 겨루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공부하기도 시간이 모자란 고등학생이 웬 축구경기를 하느냐고 의아할 사람이 많다. 학교 측에서는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체력을 기를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학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공부하려면 체력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3학년 팽동명군은 “학교 자율학습 중간에 30분 쉬는 시간에도 운동장에서 줄넘기·조깅 등 자유롭게 운동하는 사람이 많다”며 “한 가지에 집중했던 경험은 결국 학습에서도 힘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자율학교=농어촌 지역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설립된 학교로 수업 일수, 교과 과정 편성, 학생 선발 등 학사 운영과 교육 과정을 일반고보다 좀 더 자율적으로 운영. 전국 또는 광역 단위로 모집한다. 모집 시기는 후기 일반고에 속한다. 일반고와 비슷한 저렴한 학비로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전국단위 자율학교는 공주사대부고 외에 거창고(경남)·한일고(충남)·풍산고(경북)·창녕옥야고(경남)·익산고(전북)등이 있다.
▶대표 비교과 활동 - 창의력 경진대회
기사 쓰고 스토리 짜고…
정답 대신 잠재력 계발
공주사대부고에는 다양한 비교과 프로그램이 있다. 동아리처럼 대부분 학교에서 이뤄지는 활동 외에도 진로체험, R&E, 해외문화체험활동 등이 있다. 창의력 경진대회는 지난해 처음 실시했지만, 학교의 대표 비교과로 자리 잡았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학생들이 창의력을 기를 수 있게 도와야 한다”는 이영이 교장의 철학이 적극적으로 반영됐다. 주어진 문제의 정답을 찾는 능력만큼 서로 다른 분야를 융합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창의력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창의력 경진대회는 보통 경시대회와 달리 정답이 없다. 학생의 창의적 사고력, 문제 해결 능력, 독창성 등을 평가한다. 초반에는 국어·수학·과학 등 세 과목에서만 이뤄졌지만 현재는 영어·사회 과목으로 확대됐다. 국어 과목은 시나 그림, 노래 등을 토대로 시적 상황을 서사로 변형하거나 소설의 뒷부분을 이어 써서 작품을 완성하는 게 과제다. 영어는 학교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 육하원칙에 맞춰 영문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 수학과 과학은 간단하게 문제를 개발해 제출하면 된다. 현재 진행 중인 사회탐구경진대회는 2인 1조가 돼 사회문제를 바탕으로 계획서와 연구논문을 제출하고, 최종적으로 PPT 발표를 통해 우승팀을 가려낼 계획이다. 김효찬 공주사대부고 학력증진부장은 “암기하고 정답을 찾는 훈련만 한 학생들이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자신의 잠재력을 자유롭게 뽐낼 기회”라며 “대회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초반에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는다. 주어진 글을 읽고, 문제를 푸는 데만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수학 문제를 만들고도 풀이 과정에서 헤매기도 하고, 과학적으로 서로 모순되는 내용의 문제를 만들기도 한다. 1학년 조정경양은 “며칠 동안 한두 문제를 갖고 끙끙대다 보면 어떤 요소를 넣고 빼야 할지 감이 온다”며 “나만의 문제를 완성했을 때에는 말할 수 없는 성취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것은 물론, 교과 내용에 대한 이해도도 높인다. 지난해에 과학 과목에 도전한 3학년 임광순군은 대회를 준비하면서 1~2주에 걸쳐 화학 관련 교과서와 교재, 도서 등을 다시 한 번 섭렵했다. 교사들의 도움을 받고 인터넷을 참고해 5개의 문제를 만들었고, 금상을 받았다. 하지만 수상보다 더 의미 있는 건 임군 학습태도의 변화다. 그는 “대회에 참가한 이후 문제를 풀 때마다 ‘출제자의 의도’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됐다”며 “또 주어진 문제를 ‘어떻게 변형할 수 있을까’에 고민하면서 사고력과 탐구력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들이 제출한 글이나 문제를 보면서 자극을 받고, 시야를 넓히는 기회도 된다. 국어 작품 쓰기 대회에 참여했던 3학년 팽동명군은 다른 학생들의 글을 보면서 주제를 형상화하는 방법,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표현법 등에 대해 깨달았다. 팽군은 “한 번 읽으면 손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는 작품들이 많았다”며 “글을 쓸 때는 주제만큼이나 글을 재미있게 전개하는 방법에 대해 더 고민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공주사대부고 진학하려면
충남 출신만 내신+시험… 전국 모집은 자기주도학습전형
공주사대부고는 전국에서 학생을 모집하는 국립 자율학교다. 학생 선발권을 갖고 있지만 후기 일반고에 속한다. 학급당 33명씩 6개 학급, 총 198명을 모집하는데, 남학생 4개 학급 132명, 여학생 2개 학급 66명이다. 일반전형은 전국과 충남에서 각각 96명씩, 사회적배려대상자전형은 전국과 충남에서 각각 3명씩 선발한다.
2016학년도부터 지역에 따라 학생 선발 방식이 달라졌다. 전국단위 모집은 지난해와 같이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이뤄지지만, 충남 지역은 내신 성적과 선발고사를 통해 학생을 뽑는다. 전국단위 모집은 2단계로 전형하는데, 내신 성적으로 선발 인원의 2배수를 뽑는 게 1단계다. 2단계에서는 학생부·자기소개서 등의 서류와 면접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가려낸다. 1단계 140점과 2단계 60점(서류 20점, 면접 40점)을 합쳐 총 200점 만점이다.
교과 성적 반영비율은 학기별로 다르다. 3학년 1학기 50%, 2학년 1·2학기 각각 15%, 1학년 1·2학기 각각 10%씩 반영한다. 과목별로 가중치도 차이가 있다. 수학·영어 각각 25%, 국어 20%, 사회·과학 각각 15%다. 1단계 동점자가 지원자의 2배수를 초과할 때 기술가정·음악·미술·체육 과목의 성적을 반영한다. 황인상 공주사대부고 입학관리부장은 “중학교에서 성취평가제(절대평가)를 실시하면서 동점자가 많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2015학년도 기준으로 1단계를 통과한 여학생은 주요 과목은 물론 예술·체육 과목도 모두 A였다”고 말했다.
2단계는 자기소개서 등의 서류평가와 면접이다. 자기소개서는 자기주도학습계획·진로계획·인성영역·독서활동 등에 대해 1500자 이내로 작성하면 된다. 자기소개서를 토대로 면접이 이뤄지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깨달은 점을 중심으로 쓰는 게 중요하다. 황 부장은 “올해 1학년 남학생 중에 주요 과목에서 B가 있었지만, 서류평가와 면접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합격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면접은 면접관 3명과 학생 1명으로 진행한다. 2015학년도 기준으로 공통문항을 포함해 3~4개 정도 질문이 주어졌다. 지난해 공통문항은 ‘현재 가장 두려운 것과 이를 극복하는 방법이 뭔가’에 대해 물었다. 질문 내용을 면접장에 들어가기 3분 전에 학생이 살펴볼 수 있게 했다. 올해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건 논리력이다. 자기소개서의 진실성 검증만큼 본인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잘 표현하는 게 필요하다. 황 부장은 “교과 관련 질문은 할 수 없어도, 독서활동을 통해 학생의 학습능력을 가늠해 볼 수 있다”며 “생물학 전공을 희망하는 학생이 다윈의 『종의 기원』을 읽었다면 책에 대한 이해도나 책을 통해 배운 점 등을 묻고, 학생의 배경지식을 파악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국단위 선발과 달리 충남 지역 학생들은 내신 성적(200점)과 고입선발고사(90점)를 통해 최종합격자를 가린다. 내신 성적 산출방식도 다르다. 1, 2학년과 3학년 국어·수학·영어·사회·과학 성적이 각각 60점, 전 학년 체육·음악·미술 과목 성적이 40점, 출결사항·창의적체험활동·봉사활동 등 비교과영역 40점이다.
고입선발고사는 70분씩 3교시에 걸쳐 국어·수학·영어·사회·과학 등 9과목 시험을 치른다. 시험은 중학교 전 범위에서 고르게 나오며, 영어 과목은 듣기평가 10문제도 출제된다. 중학교 내신 성적과 선발고사 성적을 합산한 총점으로 최종 합격자를 가려낸다.
공주=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사교육 없이 명문고된 비결

“이 내용은 물리과목이랑 연계해서도 자주 출제되니 꼭 익히고 넘어가야 해.” 조남순 공주사대부고 화학교사가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쉬는 시간에 어려운 문제를 들고 교무실을 찾는 학생들의 모습은 이 학교에서는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공주대학교 사범대학 부설고(이하 공주사대부고)는 국내 유일의 국립 자율학교다. 자율학교는 일반고에 비해 좀 더 자유롭게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학생선발권도 그중 하나다. 신입생의 50%에 해당하는 99명을 전국에서 선발하지만 서울·경기 등 수도권 학생은 절반에 못 미친다. 올해 신입생 기준으로 서울 출신이 12명, 경기 출신이 34명이었다. 일반적인 특목고처럼 뛰어난 학생들이 입학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수능과 대학 진학 결과는 우수하다. 2015학년도 수능 국어·수학·영어 표준점수의 합은 372.7점으로 전국 15위였다. 명덕외고(16위), 청심국제고(22위), 서울과학고(38위) 등 특목고보다 높다. 올해 서울 상위권 대학 진학률도 높다. 서울대 10명, 연세대 19명, 고려대 19명, 서강대 12명, 성균관대 43명, 한양대 36명이 합격했다.
전교생이 '질문왕', 공격·수비로 나눠 묻고 답하며 수업
궁금한 건 교사에게 수시로 물어 학생 몰릴 땐 질문지로
전원 기숙사 생활, 2학년이 1학년 호실장 맡아 적응 도와
궁금한 건 교사에게 수시로 물어 학생 몰릴 땐 질문지로
전원 기숙사 생활, 2학년이 1학년 호실장 맡아 적응 도와
전교생이 '질문왕', 공격·수비로 나눠 묻고 답하며 수업
궁금한 건 교사에게 수시로 물어 학생 몰릴 땐 질문지로
전원 기숙사 생활, 2학년이 1학년 호실장 맡아 적응 도와

공주사대부고가 수능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비결 중 하나가 ‘학생 참여형 수업’이다. 대표적인 게 조남순 교무기획부장이 진행하는 ‘오펜스·디펜스 화학수업’이다. 사전에 학생들에게 공부할 범위를 알려준 후, 매 수업마다 무작위로 학생 2~3명을 지명해 발표를 시키는 수업이다. 다른 학생들은 발표자의 설명을 들은 후 이해가 안 가거나 궁금한 내용을 묻는다. 이때 발표자가 제대로 대답을 못하면 수행평가에서 1점 감점을, 질문자가 문제의 핵심을 꿰뚫는 걸 물어보면 1점 가점을 받는다. 발표자는 적어도 5개 이상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학생들끼리 질의응답을 통해 ‘공격(오펜스)’과 ‘방어(디펜스)’를 펼치는 셈이다. 10여 년 전부터 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조 부장은 “쌍방향 수업을 하면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가 높아진다”며 “친구들에게 자극 받아 교과서와 자습서뿐 아니라 인터넷 등을 뒤져 꼼꼼하게 수업 준비를 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3학년 신민경양은 1학년 때 들었던 국어 수업이 아직도 생생하다. 조선 말기의 학자인 추사 김정희의 그림 ‘세한도’와 관련한 작품에 대해 배울 때였다. 시의 종류, 주제, 시대적 배경 등에 대해 일방적으로 배우고 끝났던 중학교 때와 달리 반 친구들 전체와 다양한 얘기를 나눴던 경험이 새로웠다. 한 학생이 ‘그림체가 화려하지 않은 작품인데 왜 유명한지 모르겠다’고 물으면 누군가 ‘당시 그가 처한 시대적 상황에 대해 엿볼 수 있다’는 답변을 했다. 신양은 “똑같은 그림을 보고도 다양한 생각을 펼쳐내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펜스·디펜스 화학 수업’에서 발표자로 선정된 학생들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튀어 보인다? 질문이 일상이 된 학교
비결은 또 있다. 바로 ‘질문’이다. 교사와의 질의응답은 수업시간 이후에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교사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오후 6시40분부터 11시10분까지 교실에서 자율학습이 이뤄지는 것은 물론, 주변에 학원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질문은 학생들이 자신이 모르는 게 뭔지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기회가 된다. 중학교 때까지 질문하는 걸 꺼리던 사람도 이곳에서는 ‘질문왕’이 된다. 3학년 고준호군도 그중 하나다. 그는 중학교 때까지는 공부하다 이해 안 가는 내용이 있어도 학교 선생님이나 학원 강사에게 물어본 적이 없었다. 질문하는 건 왠지 튀는 행동인 것 같아 꺼려졌고, 선생님한테 ‘이런 것도 모르느냐’고 핀잔을 들을까 우려도 됐다. ‘나중에 물어봐야겠다’고 마음먹은 적은 있었지만 실제로 행동에 옮긴 일은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질문하는 게 일상적인 풍경이 됐다. 그는 “특히 2학년 때 수학 ‘미적분과 통계기본’을 공부하면서 이해가 안 갔던 부분에 대해 담당 교사가 A4 용지 빽빽하게 증명을 써준 이후로 교사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졌다”며 “수학을 더 열심히 공부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교사 한 명에게 질문하려는 학생들이 여러 명 몰릴 때가 잦았다. A라는 학생의 질문에 답해주는 동안 B는 하릴없이 기다리거나 다시 교실에 갔다 와야 했다. 이 과정이 비효율적이라고 느낀 학교 측에서 고안한 방법이 ‘질문지’다. A4 용지 2분의 1 크기의 질문지는 학급별로 비치돼 있다. 학생들이 공부하다 모르는 내용을 적어 담당교사에게 제출하면, 교사는 학생의 질문에 대해 서면이나 대면으로 답을 해준다. 김동현 공주사대부고 교감은 “국어·영어·수학 같은 주요 과목 담당교사는 한 번에 3~4개의 질문지가 책상 위에 있을 정도로 활용도가 높다”며 “교사들은 좀 더 여유롭게 학생들의 질문에 답할 수 있고, 학생들은 낭비하는 시간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주대 사범대 물리교육과 교수가 R&E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실험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소논문 작성 등 인근 대학과 연구 활동
오래전부터 지역 명문고였던 공주사대부고는 원래 수시보다 정시에 강한 학교였다. 눈에 띄는 화려한 특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보다 학생들이 학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도왔다. 대표적인 게 자율학습이다. 학생들은 저녁 시간은 물론, 대부분 특목고에서 자유롭게 운영하는 주말에도 의무적으로 자율학습에 참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만의 학습법을 개발하고, 성적을 향상시킨 학생도 많다. 하지만 학교는 대입제도의 변화에 발맞춰 체질을 바꿔나가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영이 공주사대부고 교장은 “2014학년도 서울대 합격생은 대부분 정시모집이었지만, 2015학년도에는 전체 10명 중 절반이 수시모집으로 합격했다”며 “학교 프로그램이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R&E(Research&Education·소논문)와 창의력경진대회 등이다. 특히 공주대·한국교원대·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의 도움으로 이뤄지는 R&E는 시행 첫해부터 27개 팀이 참여하면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목고 등에 비하면 늦은 출발이지만 R&E는 학생들의 진로를 개발하고 심화학습을 돕는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3학년 김승호군이 물리 R&E에 참여하면서 한 단계 발전한 좋은 예다. 그는 공주대 물리학과 교수와 ‘비정질금속의 자기 임피던스 효과’에 대한 연구를 했고, 이를 통해 배우는 즐거움을 알게 됐다. 처음에는 주제 자체가 막연했지만, 관련 논문을 찾아 읽으면서 연구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이런 경험을 통해 이공계 진학이라는 막연한 꿈을 전기전자공학 분야 연구원으로 구체화했다.
R&E는 자연과학·공학뿐 아니라 인문사회학 분야에서도 이뤄진다. 2학년 도희진양은 올해 1학기 때 한국개발연구원 박사와 함께 ‘중국 자본주의 탐구’에 대해 연구했다.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바탕으로 사회계층이동성을 통해 중국 자본주의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탐구했다. 그는 “학술적인 자료를 토대로 가설을 세우고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학습능력이 향상된 것은 물론 비판적 사고력도 기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숙사서 후배 도와주며 리더십 향상
학교는 다양한 인성 교육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공주 사곡중과 결연해서 진행하는 ‘꿈 자람 학습 멘토링’이나 동아리 ‘한울’의 ‘한부모 가정교육 봉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활동에 참여한 학생들은 “주는 것보다 받는 게 더 많다”고 입을 모은다. 동아리 ‘한울’에서 활동하는 1학년 강희주양은 “저소득층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상처받은 아이들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법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며 “장래 희망대로 교육 분야에 몸담았을 때 이때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한다”고 했다. ‘드림스타트’ 프로그램을 통해 멘토로 활동하는 1학년 김소형양은 “멘티들이 좀 더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며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존감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인성교육은 교내에서도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기숙사 호실장 제도가 대표적이다. 2학년 1명이 호실의 장이 돼 1학년 5명과 한방을 쓰는 제도다. 2학년 선배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후배들을 돌보면서 학교생활에 대한 건 물론 학습, 진로·진학 등에 대한 도움을 준다. 1학년 말에 2학년 때 호실장을 할 사람을 모집하는데 경쟁이 치열하다. 김동현 교감은 “보통 2배수 이상의 학생이 지원한다”고 말했다.
공부할 시간도 부족한 학생들이 누가 봐도 힘든 일에 나서는 건 신입생 때 호실장 선배에게 받았던 호의를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선배에서 후배로 배려와 나눔이 이어지는 셈이다. 3학년 김승호군은 1학년 때 호실장 선배 덕분에 사이가 안 좋았던 친구와 마음을 터놓게 됐고, 막역한 사이로 발전했다. 김군은 “후배들에게 ‘다른 건 틀린 게 아니다’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 호실장으로 1년 동안 후배들과 동고동락했다”며 “리더십을 기르는 것은 물론, 갈등을 조율하는 법을 터득하고 대화의 기술을 익히는 기회도 됐다”고 말했다.
체력과 협동심을 기르는 활동도 있다. 1학년 남학생 기숙사를 중심으로 실시하는 축구경기 ‘울림리그’다. 기숙사 2개 호실이 한 팀이 돼 매주 번갈아 가며 축구경기를 펼친다. 3월부터 11월까지 매주 일요일 오전에는 축구장에서 승부를 겨루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공부하기도 시간이 모자란 고등학생이 웬 축구경기를 하느냐고 의아할 사람이 많다. 학교 측에서는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체력을 기를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학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공부하려면 체력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3학년 팽동명군은 “학교 자율학습 중간에 30분 쉬는 시간에도 운동장에서 줄넘기·조깅 등 자유롭게 운동하는 사람이 많다”며 “한 가지에 집중했던 경험은 결국 학습에서도 힘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자율학교=농어촌 지역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설립된 학교로 수업 일수, 교과 과정 편성, 학생 선발 등 학사 운영과 교육 과정을 일반고보다 좀 더 자율적으로 운영. 전국 또는 광역 단위로 모집한다. 모집 시기는 후기 일반고에 속한다. 일반고와 비슷한 저렴한 학비로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전국단위 자율학교는 공주사대부고 외에 거창고(경남)·한일고(충남)·풍산고(경북)·창녕옥야고(경남)·익산고(전북)등이 있다.
▶대표 비교과 활동 - 창의력 경진대회
기사 쓰고 스토리 짜고…
정답 대신 잠재력 계발
공주사대부고에는 다양한 비교과 프로그램이 있다. 동아리처럼 대부분 학교에서 이뤄지는 활동 외에도 진로체험, R&E, 해외문화체험활동 등이 있다. 창의력 경진대회는 지난해 처음 실시했지만, 학교의 대표 비교과로 자리 잡았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학생들이 창의력을 기를 수 있게 도와야 한다”는 이영이 교장의 철학이 적극적으로 반영됐다. 주어진 문제의 정답을 찾는 능력만큼 서로 다른 분야를 융합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창의력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창의력 경진대회는 보통 경시대회와 달리 정답이 없다. 학생의 창의적 사고력, 문제 해결 능력, 독창성 등을 평가한다. 초반에는 국어·수학·과학 등 세 과목에서만 이뤄졌지만 현재는 영어·사회 과목으로 확대됐다. 국어 과목은 시나 그림, 노래 등을 토대로 시적 상황을 서사로 변형하거나 소설의 뒷부분을 이어 써서 작품을 완성하는 게 과제다. 영어는 학교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 육하원칙에 맞춰 영문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 수학과 과학은 간단하게 문제를 개발해 제출하면 된다. 현재 진행 중인 사회탐구경진대회는 2인 1조가 돼 사회문제를 바탕으로 계획서와 연구논문을 제출하고, 최종적으로 PPT 발표를 통해 우승팀을 가려낼 계획이다. 김효찬 공주사대부고 학력증진부장은 “암기하고 정답을 찾는 훈련만 한 학생들이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자신의 잠재력을 자유롭게 뽐낼 기회”라며 “대회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초반에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는다. 주어진 글을 읽고, 문제를 푸는 데만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수학 문제를 만들고도 풀이 과정에서 헤매기도 하고, 과학적으로 서로 모순되는 내용의 문제를 만들기도 한다. 1학년 조정경양은 “며칠 동안 한두 문제를 갖고 끙끙대다 보면 어떤 요소를 넣고 빼야 할지 감이 온다”며 “나만의 문제를 완성했을 때에는 말할 수 없는 성취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것은 물론, 교과 내용에 대한 이해도도 높인다. 지난해에 과학 과목에 도전한 3학년 임광순군은 대회를 준비하면서 1~2주에 걸쳐 화학 관련 교과서와 교재, 도서 등을 다시 한 번 섭렵했다. 교사들의 도움을 받고 인터넷을 참고해 5개의 문제를 만들었고, 금상을 받았다. 하지만 수상보다 더 의미 있는 건 임군 학습태도의 변화다. 그는 “대회에 참가한 이후 문제를 풀 때마다 ‘출제자의 의도’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됐다”며 “또 주어진 문제를 ‘어떻게 변형할 수 있을까’에 고민하면서 사고력과 탐구력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들이 제출한 글이나 문제를 보면서 자극을 받고, 시야를 넓히는 기회도 된다. 국어 작품 쓰기 대회에 참여했던 3학년 팽동명군은 다른 학생들의 글을 보면서 주제를 형상화하는 방법,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표현법 등에 대해 깨달았다. 팽군은 “한 번 읽으면 손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는 작품들이 많았다”며 “글을 쓸 때는 주제만큼이나 글을 재미있게 전개하는 방법에 대해 더 고민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공주사대부고 진학하려면
충남 출신만 내신+시험… 전국 모집은 자기주도학습전형
공주사대부고는 전국에서 학생을 모집하는 국립 자율학교다. 학생 선발권을 갖고 있지만 후기 일반고에 속한다. 학급당 33명씩 6개 학급, 총 198명을 모집하는데, 남학생 4개 학급 132명, 여학생 2개 학급 66명이다. 일반전형은 전국과 충남에서 각각 96명씩, 사회적배려대상자전형은 전국과 충남에서 각각 3명씩 선발한다.
2016학년도부터 지역에 따라 학생 선발 방식이 달라졌다. 전국단위 모집은 지난해와 같이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이뤄지지만, 충남 지역은 내신 성적과 선발고사를 통해 학생을 뽑는다. 전국단위 모집은 2단계로 전형하는데, 내신 성적으로 선발 인원의 2배수를 뽑는 게 1단계다. 2단계에서는 학생부·자기소개서 등의 서류와 면접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가려낸다. 1단계 140점과 2단계 60점(서류 20점, 면접 40점)을 합쳐 총 200점 만점이다.
교과 성적 반영비율은 학기별로 다르다. 3학년 1학기 50%, 2학년 1·2학기 각각 15%, 1학년 1·2학기 각각 10%씩 반영한다. 과목별로 가중치도 차이가 있다. 수학·영어 각각 25%, 국어 20%, 사회·과학 각각 15%다. 1단계 동점자가 지원자의 2배수를 초과할 때 기술가정·음악·미술·체육 과목의 성적을 반영한다. 황인상 공주사대부고 입학관리부장은 “중학교에서 성취평가제(절대평가)를 실시하면서 동점자가 많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2015학년도 기준으로 1단계를 통과한 여학생은 주요 과목은 물론 예술·체육 과목도 모두 A였다”고 말했다.
2단계는 자기소개서 등의 서류평가와 면접이다. 자기소개서는 자기주도학습계획·진로계획·인성영역·독서활동 등에 대해 1500자 이내로 작성하면 된다. 자기소개서를 토대로 면접이 이뤄지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깨달은 점을 중심으로 쓰는 게 중요하다. 황 부장은 “올해 1학년 남학생 중에 주요 과목에서 B가 있었지만, 서류평가와 면접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합격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면접은 면접관 3명과 학생 1명으로 진행한다. 2015학년도 기준으로 공통문항을 포함해 3~4개 정도 질문이 주어졌다. 지난해 공통문항은 ‘현재 가장 두려운 것과 이를 극복하는 방법이 뭔가’에 대해 물었다. 질문 내용을 면접장에 들어가기 3분 전에 학생이 살펴볼 수 있게 했다. 올해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건 논리력이다. 자기소개서의 진실성 검증만큼 본인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잘 표현하는 게 필요하다. 황 부장은 “교과 관련 질문은 할 수 없어도, 독서활동을 통해 학생의 학습능력을 가늠해 볼 수 있다”며 “생물학 전공을 희망하는 학생이 다윈의 『종의 기원』을 읽었다면 책에 대한 이해도나 책을 통해 배운 점 등을 묻고, 학생의 배경지식을 파악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국단위 선발과 달리 충남 지역 학생들은 내신 성적(200점)과 고입선발고사(90점)를 통해 최종합격자를 가린다. 내신 성적 산출방식도 다르다. 1, 2학년과 3학년 국어·수학·영어·사회·과학 성적이 각각 60점, 전 학년 체육·음악·미술 과목 성적이 40점, 출결사항·창의적체험활동·봉사활동 등 비교과영역 40점이다.
고입선발고사는 70분씩 3교시에 걸쳐 국어·수학·영어·사회·과학 등 9과목 시험을 치른다. 시험은 중학교 전 범위에서 고르게 나오며, 영어 과목은 듣기평가 10문제도 출제된다. 중학교 내신 성적과 선발고사 성적을 합산한 총점으로 최종 합격자를 가려낸다.
공주=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