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개념, 노래·영상과 버무리면 머릿속에 콕 박혀요
입력 : 2015.08.24 03:00 | 수정 : 2015.08.24 09:55
수포자 없는 수학교실 만드는 인천지역 교사들
쉬운 문제로 자신감 가진 뒤
어려운 문제로 성취감 얻어
"수학 공부가 신나는 학생
'수신자'라는 말 나왔으면"
현재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2018년부터 교육과정 평가 지침에 제시된 수준 이상으로 수학 문제를 어렵게 내는 것이 금지된다. 교육 당국의 이러한 방안은 일명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양산을 막고, 사교육을 예방하자는 데 있다. 일선 교육 현장에서도 수학송을 만들어 부르고, 수학신문을 발행하는 등 독특한 방법으로 수학의 재미를 알려주는 교사들이 있다. 바로 인천지역 '수학포기자 없는 즐거운 수학교실 만들기 협의회' 20명의 수학교사다. 이들은 "수포자를 막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수학을 재밌는 과목으로 인식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수학송으로 기억해둔 수학개념 고학년까지 끌고가
수학 수업 시작과 동시에 10분 동안 '수학송'을 부른다? 윤경(51· 부원여중) 교사는 함수와 연립방정식, 부등식, 정비례·반비례 등 수학개념을 '수학송'으로 가르친다. 학생들의 귀에 익은 동요나 트로트를 개사했다. "함수란 건 변수~ 여러 값을 나타낸 문자(추임새-함수함수), 가변함에 따라 값이 하나씩 대응하는 관계이지요." 동요 '아기염소'를 개사해 만든 일명 '함수송'이다. 윤경 교사는 "중학교 때 수학 개념을 확실히 기억해둬야 고학년 때 잊어버리지 않는다"며 "칠판 이론 수업 대신 수학송을 한번 부르면, 수학 문제를 풀 때 개념이 쉽게 떠오르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수학 시간마다 졸기 일쑤였던 한 여학생은 수학송에 흥미를 가지고 나서부터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됐다. 덕분에 수준별 수학학습 보충반에서 기본반으로 올라갔다.
조혜정(27·인천상정중) 교사는 학생들에게 단원이 끝날 때마다 부등식, 함수 등 수학 개념을 담은 2분 내외의 동영상으로 제출하게 한다. 학생들의 아이디어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스케치북에 1차 함수를 정리한 것을 움직이는 짤방(사진을 이어붙여 만든 움직이는 동영상)으로 만든 학생이 있어요. 부등호를 설명할 때는 '컴퓨터 〈 책=서울대 합격' '컴퓨터 > 책=3수 생활'등의 재밌는 표현으로 개념을 정리하기도 해요." 조혜정 교사는 "동영상으로 만든 수학 개념은 확실히 기억에 잘 남기 때문에 다시 수학책을 뒤지지 않아도 된다"고 언급했다.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이 협업하며 수학 수업 즐겨
부평동중학교 수학교사들은 특별한 활동수업을 통해 아이들끼리의 협업을 강조한다. 김정란 교사(45· 부평동중)는 작도(컴퍼스와 눈금 없는 자를 이용해 도형 그리기)에 관한 수업을 진행할 때 학생들이 직접 평면에 축구공을 구현해 내게 한다. 또한 수학에 관한 이론적 사실을 담는 '수학신문'도 만들게 한다. 전성훈(부평동중 1)군은 최근 '방정식 뉴스' 신문을 만들었다. 방정식으로 유명한 수학 학자 디오판토스와 알콰리즈미에 대해 기사를 썼다. 전군 나름대로 방정식에 관한 칼럼도 작성했다.
유덕주(42·부평동중)교사는 학생들에게 신문을 주고 수학 개념과 공식을 찾아보게 한다. "예컨대 경제기사를 보면 '원가 대비 2배 상승했다' 등의 문장에서 수학 개념을 찾을 수 있어요. 동시에 시사와 관련한 사회·역사·경제까지도 함께 공부할 수 있어 창의성도 높아지죠." 최현숙(50·부평동중) 교사는 수포자를 없애기 위해 '자신감'과 '성취감'을 높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둠별로 수학을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에게 다른 문제를 준다. 방정식 문제의 경우, 수학에 자신이 없는 학생들은 처음에 정수에 관한 문제를 푼다. 그다음 소수와 분수 등 단계별로 문제를 풀어나간다. "제일 쉬운 문제를 맞혔을 때 자신감을 심어줘요. 그리고 천천히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게 해서 성취감을 주면 수학을 재밌어 해요. 물론 수학을 잘하는 친구들이 옆에서 도와주죠."
◇'수포자' 대신 '수재자' '수신자' 라는 말 생겨나야
'수학포기자 없는 즐거운 수학교실 만들기 협의회' 교사들은 '수포자'라는 말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냈다. 수포자라는 말이 통용화되면서 오히려 수학을 포기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경희(47·인천 북부교육지원청) 장학사는 "수학교사들이 방향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입을 뗐다. "수포자가 많은 수학교실은 마치 파도가 치는 것처럼 휘청거려요. 수학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흔들릴 때마다 방향키를 잡아 주는 역할을 교사가 해야 하죠. 이 때문에 수학교사들이 특별한 수학 수업을 개발하고 공유하는데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정란 교사는 "수학 수업의 실제 결과물(성적)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며 "중학교 때 수학을 즐겁게 공부했다는 기억을 고등학교까지 가지고 가야 수포자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교사들은 사회 전반에 걸쳐 '수학은 어려워' '수학은 재미없어'라는 인식이 지워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존 수포자 대신 다른 의미의 수포자(수학의 포로가 된 학생), 수신자(수학이 신나는 학생), 수재자(수학이 재밌는 학생)라는 말을 쓰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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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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